79. 히지카타

…이 기묘한 침묵 이젠 차라리 무섭다.

이번엔 무슨 말을 꺼내려고 그러는 거지? 부탁이니 그냥 쉴새없이 떠들어주라. 쉴새없이 더 떠들어대다가 네 무덤을 스스로 파서 자폭해라. 흙 정도는 뿌려줄게.


80. 대화

"너 뭐야? 왜 갑자기 입을 다물어?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냐고 물었잖아."
"긴토키 씨가 하는 말은 처음부터 자명했잖아.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냐고 묻기 전에 여태까지의 대화를 너 스스로 좀 되씹어봐. 그거까지 되씹어 줘야되겠냐? 내가 니 엄마야?"
"니가 내 엄마겠니? 자식이랑 하고싶어하는 엄마 봤냐? 어디서 우리집안을 파탄막장콩가루 집안으로 몰아가고 있어? "
"난 너랑 하고싶어하는 게 아닙니다, 그저 박고싶은 것 뿐이지."
"그게 그거랑 뭐가 달라? 너 지금 머리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냐?"
"너야말로 머리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니? 너의 언어중추 오늘 과연 아임파인땡큐? 야 넌, 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그저 박고 싶어하는 마음과 같냐? 한다와 박는다의 사이에는 대상을 사물화 하느냐 사물화 하지 않느냐 하는 그런 오묘하고도 큰 차이가 있지 않냐고."
"듣는 사람 진짜 기분나빠! 차라리 하고싶어 한다고 해라 인마!"
"좋아! 알았어! 네가 정 그렇다면 나의 이 바다와 같은 배려심으로 정정해주겠습니다, 너랑 하고싶습니다. 어때?"
"……. 그그그러냐?"


81. 히지카타의 어이상실

안되겠다. 제정신을 버리겠다는 말 취소! 내가 잠시 진짜 제정신을 놓았었나보다. 도저히 저놈처럼 막나갈 수가 없다. 난 내 자신에게 거짓말 못쳐! 제정신을 버리다니 진짜 못할 짓이다. 누가 이 놈 정신 좀 차리게 해줘! 이젠 내가 자존심을 다 버리고 꽁무니를 뺀다고 해도 왠지 힘들것 같다, 어딘가에 있는 누구라도 좀 도와줘!


82. 대화

"…야, 너. 정신차려. 왜 이래. 진짜 나랑 하고싶냐고. 술 김에 그런 말을 해버리긴 했지만, 오기로 여기까지 밀고 버티긴 했지만, 이건 아니잖아. 정신차려! 너도 남자랑 하고싶진 않을 거 아냐!"
"남자랑 하려는 생각은 없는데 뒤로는 해보고 싶어! 뒤로라면 남자와든 여자와든 별 상관없지 않을까, 라고 아까 그렇게 말하고나서 보니 그게 나름대로 합리적인 결론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 그래서 지금 너랑 해줘도 괜찮을 것 같아."
"…누가 들으면 내가 너한테 해달라고 말한 줄 알겠다? 다시 확실히 말해놓겠는데, 난 박히고 싶은 마음은 눈꼽만큼도 없거든?"
"그럼 박고싶다는 거냐? 남자인 나를?"
"아니, 그러고 싶진 않은데…."
"야, 진짜 짜증나게. 확실히 좀 해봐. 박히고 싶진 않은데, 박고 싶지도 않다고? 우리가 지금 펠라하러 여기 왔냐? 뒤로 하자고 여기 왔잖아. 너 때문에 난 콘돔까지 사러 갔다 왔단 말이야. 너 사람을 그런 정신적 육체적 수고를 시켜놓고 지금 발뺌하려는 거야? 무책임에도 정도가 있다고, 자기가 한번 내뱉은 말엔 책임을 지라고! 사무라이의 체면까진 걸지 않아줄테니까 남자의 체면 정도까진 지켜봐라! 안 부끄럽냐?"


83. 히지카타

이자식은 뻑하면 사무라이에 뻑하면 남자야!

진짜 어쩐다? 내 돈이었다고 걸고 넘어질 수도 없고. 미치겠네, 미묘하게 꼬투리 잡을 부분을 비켜가고 있어. 어떻게 해야 되지? 머리 속이 시궁창에 빠진 거 같다!


84. 대화

"그런 너도 남자의 체면을 지켜봐! 정말 남자인 나랑 하고싶냐?"
"하고싶어."
"자자자자자자자잘생각해봐! 하고싶냐? 남자라고? 나 남자라니까?"
"몇번을 말해. 하고싶다고요."
"…어디가서 말할 수도 없다고! 해서 얻을 이득이랄 것도 없잖아!"
"넌 어디가서 말할 생각으로 그 짓하는 거냐? 네가 중2야? 그리고 그 짓으로 얻는 이득이란 거야 두말할 것 없이 쾌감인데 이득이 없긴 이득이 왜 없어?"
"남자랑 하는데 쾌감이 생길리가 없잖아!"
"남자랑 한번도 안해봤다면서 네가 어떻게 알아?"
"아니 보통…, 서지도 않을 거 아냐? 남자 상대로 그게 가능하겠냐고!"
"해보지도 않고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아니 그러니까…. 내 몸이니까 내가 잘 안다고!"
"자기 폐가 썩어들어가고 있을 거란 것도 모르는 놈이 그런 말하는 건 듣고싶지 않거든요?"


85. 긴토키의 제안

"그렇다면. 만약 선다면 어쩔 거야? 서면 할 수 있다는 거냐?"


86. 히지카타

설지 안 설지 내가 어떻게 알아! 아마 안설 거라고 생각하지만!


87. 긴토키

혹시 알고 있을까 몰라. 지금 네 놈 표정 정말 가관이다. 그러나 네 놈이 뭐라고 고민하든 이미 플래그는 세워졌다.


88. 대화

"안 서."
"그러니까 그걸 어떻게 확신하는 거야? 왜 그렇게 자신감이 가득찬 거야?"
"안선다면 안선다고!"
"남자의 하반신이 말을 들으란다고 들을 부분이냐? 세상 무엇보다도 솔직한 것이 바로 남자의 하반신입니다. 흥분하면 결국 서게 되어있습니다. 네가 고자가 아니라면!"
"고자가 아니라도 흥분하지 않으면 서지 않는다고! 그리고 내가 흥분할 리가 없잖아!"
"그러니까 그걸 어떻게 장담하냐고."
"남자니까!"
"남자랑 해본 적 없다면서?"
"그…안해봤다 하더라도 알 수 있는 게 있잖아!"
"그런 막연한 짐작만으론 난 못믿겠으니까 증거를 보여봐."
"…증거?"
"여기서 직접 해보면 되잖아.
"그러니까 왜 꼭 하는 걸로 귀결이 되는 거냐고!"
"아 그럼 네가 다른 방법을 찾아보든가, 서지 않을 거라는 걸 빼도 박도 못하게 증명해줄 다른 방법을."
"본인이 그렇다고 하잖아!"
"그, 러, 니, 까! 본인의 말만으론 믿지 못한다고 몇번을 말하냐고요! 너 그런 증언이 법정에 가서도 먹힐 거라고 생각하냐? 그게 과연 객관적으로 상황을 입증할만한 효력을 가지겠냐고. 목격담도 아니고 직접증거도 아니고 심지어 상황증거조차 아냐! 그냥 네 막연한 예감일 뿐이잖아!"
"막연한 예감이라니 자기 몸에 그런 게 어딨어? 본능이 가리키고 있는데 확실한 거 아냐?"
"그 본능이 확실했으면 세상의 모든 우발적 범죄는 일어나지 않았을 거다! 주인을 빈번히 배신하는 게 바로 본능이란 놈이라고. 대체 왜 그렇게 본능을 믿는데? 너 본능을 이성이랑 착각하고 있는 거 아냐? 본능이 제어가 되는 건지 아는 거냐고. 다이어트 실패하는 여자가 왜 그렇게 많은데? 시험이 코 앞에 닥친 학생들이 왜 자기도 모르는 새에 자게 되는 거냐고. 그런데도 본능이 믿을만한 존재야? 놀라워라, 넌 본능이 제어가 되냐? 배고파도 뭐 안 먹고 싶어질 수 있고, 졸려도 잠을 안자고 싶어질 수 있어? 참는다는 의미가 아니고, 그런 생각 자체가 안들게 할 수 있냐고. 돼? 안 되지? 거기다 그 본능이 관여하는 부분이 아랫도리가 되고서는 참는다는 것도 확신할 수 없잖아. 참는다고 그게 안 설 수 있냐? 흥분했는데?"
"그러니까 흥분 안할 거라니까?!"
"흥분을 안하긴, 네가 수도승이냐? 불감증이냐? 차라리 고자라고 우겨라! 아니 잠깐. 아까부터 네가 자꾸 그 말만 반복하니까 이야기가 빙빙 돌게 되잖아! 뭔가 획기적으로 내 입을 다물게 할 만한 그런 건 없는 거냐? 좀 더 참신한 소재를 들이대봐라!"
"~~~~~~~~~!!!"


89. 히지카타

갑갑해!!!

뭐라고 해야하지? 대체 뭐라고 해야 이 수렁에서 빠져나갈 수 있지?


90. 대화

"그럼 넌 왜 내가 흥분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내가 언제 너 흥분할 거라고 장담해줬냐? 흥분할지 안할지 잘 모르니까 한번 해보자고 했지."
"내가 대체 그런 걸 왜 해야하냐고!"
"흥분 안한다는 니 억지를 증명하기 위해서!"
"그게 왜 억지냐고!"
"근거도 없이 주장만 반복하면서 남한테 들으라고 요구하는 게 억지지, 억지가 아니냐? 너 대체 몇살이니 지금?"
"너도 남자고 나도 남자니까 흥분할 리가 없다고!"
"너 또 반복할래? 너의 언어중추에 안부를 물어야 하는 게 아니고 너의 사고체계에 안부를 물어야 했던 거냐? 편찮으신 걸 몰라봐서 죄송합니다, 당신의 대뇌는 지금 안녕하세요?"
"~~~~~~~~~~~. 그럼, 그거다.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확률이 높지 않은 실험은 굳이 해볼 필요가 없다. 시간적으로도 인력적으로도 낭비다. 헛수고다. 그런 실험은 하지 않는게 합리적이다. 됐냐?"
"왜 확률이 높지 않아?"
"내 안에서 그렇게 계산이 나왔어! 이거야말로 몸 주인이 아니면 모를 그런 부분이니까 토달지마!"
"내쪽의 계산은 너랑은 다른데? 내쪽의 확률은 꽤 높은 거 같은데?"
"이런건 쌍방합의를 이루지 않으면 안되잖아! 일방적인 관계는 강간일 뿐이라고! 너 지금 날 강간하겠다는 거냐?"
"너 지금 멀쩡한 사람 강간범으로 몰아가는 거니? 이게 왜 강간이야?"
"내가 싫다잖아!'
"니가 지금 빼는 건지 싫어하는 건지 내가 어떻게 알아!"
"내 말을 들으면 알 수 있어! 니 귀는 장식이냐? 귀에 구멍 뚫려있어? 몇번을 말해?"
"그러니까, 그 말이 빼는 건지 진짜 싫어하는 건지 그 진실여부를 내가 어떻게 판단하는데? 네 행동을 보고 판단하는 수 밖에 없잖아. 네가 진짜 하기 싫었다면 나한테 콘돔은 대체 왜 사오라고 한 건데?"
"난 네가 편의점에서 눈치껏 도망쳐줄 거라고 생각했지!"
"내가 대체 왜 도망치는데! 난 하고싶어서 이렇게 콘돔까지 사들고 돌아왔다고. 그렇게 하고싶지 않았다면 그 사이에 네가 도망쳤어야지! 하기 싫다면서 왜 도망치지 않았던 건데? "
"나야말로 묻고싶다! 왜 그때 도망을 안 친거냐고오?!"
"갑자기 히스테리 부리지마! 네가 노처녀냐? 아니, 어떻게 보면 노처녀 맞지?"
"너 죽을래!?!"
"내가 왜 죽어?"
"………~~!!! …아니다. 됐다. 널 제정신으로 상대하고 있는 내가 미쳤지."
"너 그 말은 내가 지금 제정신이 아니라는 거냐?"
"그럼 니가 지금 제정신이냐?"
"내가 왜 지금 제정신이 아닌데?"
"제정신으로 남자하고 하고싶다고 하고 있는 거냐고! 너 호호호호, 호, 호, 호모였냐?"
"아니거든!"
"그럼 왜 지금 남자인 나하고 하겠다는 건데? 그러고도 니가 제정신이라고 할 수 있어?"
"제정신이면 남자하고 못하냐? 그 편견에 가득찬 사고관에서 좀 벗어나. 유연한 사고체계를 가져보라고! 너 머리가 완전 굳었구나?"
"누구 머리가 굳었다는 거야!"
"근데 왜 안하겠다는 거야?'
"안하는 게 아니라 못해!"
"왜 못해?"
"…아, 씨발 골 아파!"


91. 히지카타

뭐지? 뭐야 이 미친 대화는? 진짜 미치겠네. 미치겠다고. 돌겠다고. 뭔가 진짜 이상해. 뭐야 이건. 완전 짜증나!

이자식을 지금 여기서 한대 때려도 될까, 응? 되지 않을까? 한대 때리면 제정신을 조금이라도 차려주지 않을까? 설마 진짜 제정신인 건 아니겠지? 차라리 제정신이 아니어주라! 흐드러지게 패면 제정신을 차릴 수 있는 가능성이라도 있어주라고! 부탁이다, 제정신이라고 주장하지마!


92. 긴토키

골 아프겠지이~. 지금 나처럼 말하는 놈 만나면 난 일단 먼저 한대 패주고 시작할 거다. 너도 지금 속으로 한대 패주고 싶지? 생각보다 참을성이 뛰어나구나, 마요라. 다시 봤다! 재평가를 고려해줄게! 그러니까 계속 참아라!


93. 대화

"지금 이 사태가 된 건 네 책임이 상당히 크다. 알고는 있냐?"
"이게 왜 내 책임이야?"
"네가 지금 아니라고 발뺌할 수 있어? 하자는 말에 동의는 해, 자기 돈 줘가며 콘돔을 사오라고 해. 그걸 또 기다리고 앉았어. 네가 지금 반문할 처지냐, 응? 처지냐고!"
"내 책임만 있는 게 아니잖아!"
"그러니까 난 지금 그 책임을 지겠다고 하고 있는 거잖아."
"미치겠네…!!"
"나야말로 미치겠다. 하기 싫었다면서 왜 그런 짓들을 한 건데? 아까도 말했지만, 네가 지금 이럴 수는 없어. 남자가 기대품게 하기에 충분한 행동들이었잖아! 네가 숫처녀냐? 동정남이냐? 모르지 않을 거 아냐? 하고 싶단 뜻으로 받아들였다고 해도 그건 내 억지가 아니라고! 이제와서 부정하는 네가 억지인 거야! "
"아, 진짜 답이 없네…!"
"진짜 나야말로 답이 없네다! 나야말로 답을 얻고싶거든? 답을 내려줄래?"
"하지 않으면 된다는 답을 내려주겠다!"
"그건 기각."
"네가 내려달라고 했으면서 왜 기각이야아아?"
"너 지금까지 우리의 대화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냐? 여태까지 계속 그건 답이 아니라고 줄기차게 이야기해왔었잖아! 다시 반복하고 싶은 거냐? 그 짜증나는 무한루프를?"
"~~~~~~~!!!!!!"


94. 히지카타

이상하다.

이정도 이야기가 질질 늘어졌으면 날이 샜을만도 한데. 왜 해가 뜨지 않는 거지? 왜 해가 뜨지 않는 거냐고. 왜 그래 하늘! 어서 자연법칙을 실행해!! 지금 지구가 돌고 있긴 한 거냐? 우주의 법칙이 지금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는 중이야? 혹시 어제의 태양이 마지막 태양이었냐? 그걸로 영원히 다시 만나지 못하게 된 거냐고!

지친다…. 뭐 더 할 말도 생각 안나. 이젠 이자식 이기지 못해도 좋으니까. 저놈의 입을 다물게 할 뭐라도 생각이 났으면 좋겠다.

…그래. 도박 한번 해보자.

그냥 하자. 살짝 불안하긴 하지만 어차피 안설 거 아냐. 그렇게 해서 내가 안 서면 저 놈도 아무 말 못하게 되겠지.


95. 대화

"그래. 알았다. 그럼 한번 시도나 해보자."
"-!! 진짜? 정말인 거지? 말 뒤집기 없기다?"
"대신. 내가 안 서면 그걸로 끝이다. 오버라고. 불만없지?"
"오케이, 콜. 너야말로 선 다음에 또 빼지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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