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 히지카타의 침묵


이자식 아직도 술 안 깬 건가 설마? 그건 아니겠지? 시간 좀 지났잖냐고. 약간이라도 술기운 걷어질 시간이잖아. 하지만 취한 상태에서 나온 말이 아니고서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발언이다. 아니, 이해하고 싶지 않은 발언이다. 이자식 설마 이거 제정신으로 하는 말은 아니겠지? 야. 지금이라도 내가 잠시 미쳤었다고 실토해. 내심을 밝혀달라고. 밝혀주세요. 제정신을 차려!

어쩌지. 이러다가 진짜 내가 아래 하는 거 아냐? 싫다고!


53. 긴토키의 침묵

나.

지금 무슨 말을 한 거지?

완전 하지 못해서 안달난 사람인 것 같잖아아아?
진짜 내가 한 말? 믿고싶지 않다. 누가 거짓말이라고 해줘어어어!!!
내가 한 말에 내가 주눅들었다!!!

마요라아아아아!! 날 매도해라! 미친 거 아니냐고 날 매도해줘! 긴토키 씨는 S지만 이 순간만큼은 M이 되어줄게. 네 놈이 날 매도해도 기분 나빠하지 않을게. 기분 나빠져도 일단 지금은 참고 나중에 보복할게!


54. 대화

"해결사, 너…너너너."
"뭐야?"


55. 긴토키

그래! 말해! 말하란 말야!!


56. 히지카타

…야 너 왜 갑자기 눈을 부릅 뜨고 난리야. 무섭잖아아아.

거짓말 하나 안보태고 진짜, 잘못하면 사람 하나 죽일 것만 같은 분위기다. 그리고 그 잘못된 사람이 내가 될지도 모를 그런 분위기다. 이자식아. 그렇게 위가 하고싶냐. 그렇게 하고 싶냐고. 정말 돌겠다. '하지 않는다'는 선택사항은 네 머리 속에서 이미 사라져버린 거냐아아아. 네 놈이 그 기백으로 '그만두자'라고 한다면 나도 부끄러움 없이 물러나 줄거라고오오.

차라리 부럽다. 부러워서 미치겠다. 몰래 술이라도 한병 사올 걸 그랬다. 나도 제정신이 아니고 싶다.


57, 대화

"뭐라고 하려 한 건데?"
"…아니."


58. 히지카타

그래.

그냥 제정신을 버리자.

한계다. 어차피 술도 먹었겠다 술 안 깼던 척하면 돼. 그리고 나만 제정신이라니 너무 손해잖아. 왜 나만 이렇게 전전긍긍하며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땀 빼야하는 거냐고. 너만 편한 꼴은 못 봐주겠다!


59. 대화

"아니라니? 뭐가 아니란 거야?"
"그러니까, 말 거라고."
"…말 거라니?"
"넣게 해줄거냐 말거냐 라고 했잖아. 내가 미쳤냐? 그런 걸 하게 해주게? 웃기지말고. 그런 건 내가 한다!"


60. 긴토키

마요라야. 히지카타야.

그게 아니야…. 아니었다고. 이 바보멍청이해삼말미잘멍게오징어야. 낙지같은 놈아!! 내가 한 말을 돌이킬 수 있게 해줘. 한번 내뱉은 말은 주워담을 수 없다지만 이건 너무 가혹하잖아….

이제. 여기서 물러나버렸다간 내가 아래를 하게 되는 건가. 진짜 벼랑 끝에 있는 건가. 아니 그건 이미 지나버렸고 마지막 기회로 잡은 돌부리를 놓치느냐 마느냐 그런 상태인 것 같다. 그 마지막 선이라도 사수하자. 위는 사수해야한다.

이때까지의 나여 안녕. 넌 마다오였지만 그래도 멋진 놈이었다. 스스로에게 믿음이 충만한 놈이었다. 난 그런 네가 진짜 좋았다. 잘 있어라. 그동안, 즐거웠다….


61. 대화

"네가 하겠다고? 그럼 하나만 물어보자."
"뭔데?"
"너 하는 방법이나 아냐? 그냥 넣는다는 거 말고, 사전지식이 조금이라도 있냐고."
"……."


62. 히지카타의 동요

…알 리가 없잖아, 그런거. 설마 저자식 알고있는 건가? 안해봤다며? 하지만 만약 알고있다면, 여기서 내가 모른다고 말하면 안되겠지? 모른다고 하면 그걸 빌미로 밀어붙일 게 틀림없다.

게다가 내가 여기서 안다고 말해서 저 자식이 움츠러든다면 난 손해볼 거 없지. 여기선 허세라도 치는 게 정답이다.

63. 대화

"당연히 알지."
"……."


64. 긴토키의 동요

안다고? 진짜? 이자식 그런 '난 정도 밖에 몰라요'같은 얼굴을 하고 알아봤었단 말이야? 대체 어디까지 알고있는 거지?


65. 대화

"새침뗀 얼굴을 하고서 그런 거에 관심이 있었냐?"
"새침뗀 얼굴이라니 누가? 너보다는 경험이 풍부하다고 생각하거든?"
"그럴리가. 긴토키 씨가 이래뵈도 인기가 많거든요. 천연파마만 아니었으면 더 많았을 거거든요?"
"허. 잠깐. 이런 남중·고생같은 경쟁은 쪽팔리니까 그만두고. 그래서. 넌 알고있냐?"
"알고 있거든? 긴토키 씨가 좀 아는게 많거든."
"…안해봤다며?"
"안해봐도 아는 수가 다 있거든요."


66. 긴토키

어라. 이자식 목소리 작아지는 거 봐라.


67. 대화

"그래. 넌 뭘 보고 알게 된 거냐?"
"아, 그….
"잡지? AV? 그것도 아니면 실전?"
"실전…이라니 안해봤다고 말했잖아!"
"그럼 뭔데?"
"그러니까…. 그냥 얘기를 들었다."
"뭐야. 약하잖아? 그런 걸로 날 이기려들었냐?"
"그럼 뭐냐, 넌? 대체 뭘 가지고 그렇게 유세를 떠는 건데?"
"난 직접 본 일이 있거든요?"


68. 히지카타

…이자식 지금 뭐라고 했어?


69. 대화

"…봐? 어디서? 왜? 어쩌다가? "
"예-전에 남고 기숙사 비슷한 상황에서 같은 곳에서 자고있던 녀석들이 하고있는 걸 생으로 봤습죠."
"…남고 기숙사 비슷한 상황…?"
"아, 이 이상은 프라이버시가 있으니까 노코멘트."


70. 긴토키

전우여 너희들을 여기에 팔아먹는 나를 용서해라.


71. 대화

"왜, 넌 없냐? 신센구미잖아? 몇 십명의 시꺼먼 남자자식들이 침식을 함께하는 신센구미잖아? 난 네가 구경은 커녕 직접한 경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미, 미미미미미미미쳤냐? 그그그그그그런 일이 있을 거 같냐! 비번에 출입을 못하는 것도 아니고!"
"그야, 출입이 가능하든 뭐든간에 인기가 없으면 가난한 건 어쩔 수가 없잖아? 너네, 부장실은 따로 있겠지? 네가 안보는 곳에선 그런 일이 있을지 또 누가 알아? 거기다 나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 다들 젊은데 말이지."
"……."
"…어이? 왜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어? 혹시 진짜 짐작가는 구석이 있는 거냐?"
"입닥치고, 없어 그런거!"
"~생각도 안해봤나 보구만. 찾아봐. 한번 넌지시 떠보라고. 있다고. 아마."
"진짜 네 놈 시끄러워! 아마, 라는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단어로 신센구미를 호모집단으로 만들지 마라!"
"너 그거 진짜 안된 발언이야, 알아? 완전 차별발언이라고. 진짜 있다면 어쩔건데? 내쫓을 거야? 고작 성취향이 거슬린다는 이유로? 그정도 끈 밖에 안되는구나, 신센구미."
"너…, 너 진짜…!"
"응? 어쩔거야? 내쫓을 거야? 아님 받아들일 거야? 머리가 굳은 부장님에겐 후자는 무리일라나?"
"그런 문제로 동료를 내쫓지는 않는다!"
"그래? 그럼 그 중의 누군가가 너한테 고백을 했다고 하면 어쩔건데?"


72. 말문이 막힌 히지카타


73. 긴토키의 질문

"너한테 대 달라고 하면 어쩔건데? 그래도 내쫓지 않을 거냐?"


74. 말문이 막힌 히지카타


75. 대화

"대답해 보라고, 부장 씨."
"…공적인 일과 사적인 일은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거절?"
"그게 보통이지…?"
"하지만 그걸로 깔끔하게 끝낼 수 있을까? 그 놈이 결국 못참고 억지로라도 깔려고 들면 어떻게 할 건데? 한지붕 내에서 사는데 아주 불가능한 일도 아니잖냐고."
"그런 일이 생긴다면 곤도 씨에게 말해보겠다."
"진짜 말할 수 있을까? 세상에 왜 그 많은 성폭행 피해자들이 입을 다물어 버리는 거라고 생각해?"
"…그렇다면 내 선에서 해결해보겠다."
"어떻게?"
"……. 시끄러워! 그때 가서 생각해보면 될 일이잖아! 그보다 넌 왜 멀쩡한 대원들을 범죄자로 만들지 못해 그 안달인 거냐고!"
"너를 아래로 몰아넣기 위해 말을 이어가다가 잠깐 심취해버리고 말았습니다! 얼레, 작문? 여간 이렇게 됐으니까 하나 더 물어보겠습니다."
"…뭐야?"
"너한테 그런 일이 생겨서 네가 말한대로 거절하게 된다면, 그건 대주는 게 싫어서 거절하는 거냐, 아니면 남자가 널 좋아한다는 그 자체가 싫어서 거절하는 거냐?"
"그건…."
"왜 거절하는 거야?"
"…좋아하지 않으니까?"
"왜 좋아하지 않는다고 단정하는 건데? 사람 일은 모른다고, 혹시나 너도 좋아하고 있을 수도 있잖아."
"그럴 일은 없어."
"왜 그럴 일이 없는데?"
"물어볼 것도 없이 난 남자를 좋아하지 않으니까!"
"진짜?"


76. 히지카타

이자식 아까부터 무슨 말을 해대는 거야?


77. 대화

"그럼 이렇게 바꿔서 생각해보자. 만약 그 놈이 너한테 대 달라는 게 아니고 대 준다고 하면 어떻게 할래?"
"마찬가지잖아."
"왜 마찬가지야?"
"남자잖아!"
"그 놈 생긴게 여자 뺨치게 예쁘다고 하면?"
"…나 지금 특정 한명이 생각나서 더 넘어올 것 같거든?"
"그 꼬맹이는 빼고 그냥 그런 인물이 있다고 가정하는 거야."
"어쨌건, 싫다."
"뒤로 하는게 여자랑 보통으로 하는 것보다 더 기분이 끝내주게 좋다면? 그래도 싫어?"
"굳이 남자와가 아니어도 할 수 있는 거잖아, 그건!"
"남자와가 아니어도 할 수 있는 거라면, 여자와가 아니어도 할 수 있는 거란 뜻이잖아?"
"아, 그런 문젠 이제 됐어! 처음부터 말했잖아. 남자니까 싫다고! 너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78. 긴토키

…….

내가 말하다가, 한번 해보고 싶어졌다고, 말하면 한대 얻어맞지 않을까, 란 말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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